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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제작하는 만화 이순신

DinoKim 2009. 12. 21. 14:00

블로그 서핑 중에 눈에 띄는 글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미국인이 바라 본 이순신 장군의 모습

얄개님의 이 글을 보니, 온리콤판이라는 미국청년이 '불멸의 이순신'이란 드라마를 본 후에 이순신에 매료되어 드디어 만화책을 출간하기에 이릅니다.

한국인도 하지 않는 일을 외국인이 할 만큼 이순신 장군의 일생은 극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얄개님도 언급한 김훈의 '칼의 노래'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김훈의 문체와 대사, 내용...
이순신에 대한 인간적 접근과 장군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공감 등...
인간 이순신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불멸의 이순신'은 직접 보지 않아서 그 내용과 감동을 모르겠으나, '칼의 노래'가 주었던 그 감동은 죽는날까지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콤판이란 작가는 아래의 문구를 암송하고 있다고 합니다.
죽고자 하는 자는 살고, 살고자 하는 자는 죽는다 (Those who seek Death shall Live, and Those who seek Life shall Die


본래의 원문은 아마 아래와 같을 것입니다.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


아마존에서는 아래의 제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링크도 남깁니다.
Yi Soon Shin: Warrior and Defender

만화 이순신

만화 이순신



김훈 선생의 '칼의 노래'는 100만부가 넘게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칼의 노래 - 10점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김훈 선생은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다가 늦깎이로 작가로 데뷔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 문장의 유려함과 절절함은 여러번 저를 놀라게 하고, 이순신 장군의 입장으로 저를 몰아가 그 감정이입으로 눈물 흘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정녕 이렇게 뛰어난 작가가 이렇게 늦게라도 등단했다는 것은 한국 문학의 큰 축복입니다.

칼의 노래 뒷표지 안쪽에는 동인문학상 수상소감이 적혀 있습니다.
'다시, 임화를 추억함'이란 제목의 수상소감 중에 작가의 각오가 적힌 대목이 있습니다.

'무리를 아늑해하지 않으며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작가가 가진 결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수상소감 중에는 또한 임화가 미리 정해 두었다는 그의 묘비명이 나옵니다.
'오호 적이여, 너는 나의 용기이다'

수상소감의 말미에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인간의 일들을 인간의 바깥쪽으로 끌고 가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 저주 받은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겠습니다.'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있었기에, 그토록 좋은 글이 나왔던 모양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영정

이순신 장군의 영정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책이 또 있습니다.
공주대 김덕수 교수께서 쓴 책입니다.
김덕수 교수는 '이순신 연구회'를 만들어 평생을 이순신을 연구해 오신 분입니다.

알라딘에 가보니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품절 상태군요.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 10점
김덕수 지음/밀리언하우스


이 책의 표지 안 쪽에는 아래와 같은 페이지가 있습니다.


나는 맨주먹의 CEO, 이순신이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라났다.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첫 시험에서 낙방하고, 서른 둘의 늦은 나이에야 겨우 과거에 급제했다.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장교로 돌았다.

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불의한 직속 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몸이 약하다고 고민하지 마라.
나는 평생 동안 고질적인 위장병과 전염병으로 고통 받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 마흔 일곱에 제독이 되었다.

조직의 지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
나는 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었고, 스물세 번 싸워 스물세 번 이겼다.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지 마라.
나는 끊임없는 임금의 오해와 의심으로, 모든 공을 뺏긴 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자본이 없다고 절망하지 마라.
나는 빈 손으로 돌아온 전쟁터에서, 열두 척의 낡은 배로 133척의 적을 막았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가족을 사랑한다 말하지 마라.
나는 스무 살의 아들을 적의 칼날에 잃었고, 또 다른 아들들과 함께 전쟁터로 나섰다.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적들이 물러가는 마지막 전투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 김덕수의《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中에서 -



위 글과 유사한 느낌의 이야기가 칭기스칸과 관련해서도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아!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푸른 군대의 병사들아!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어려서는 이복형제와 싸우면서 자랐고, 커서는 사촌과 육촌의 배신 속에서 두려워했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내가 살던 땅에서는 시든 나무마다 비린내, 마른 나무마다 누린내만 났다. 천신만고 끝에 부족장이 된 뒤에도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적진을 누비면서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나는 먹을 것을 훔치고 빼앗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벌였다.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유일한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그림자말고는 친구도 없고, 꼬리말고는 채찍도 없는 데서 자랐다.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 데 동원한 몽골인은 병사로는 고작 10만, 백성으로는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 2백만도 되지 않았다. 내가 말을 타고 달리기에 세상이 너무 좁았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결코 내가 큰 것은 아니었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약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글이라고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고, 지혜로는 안다 자모카를 당할 수 없었으며, 힘으로는 내 동생 카사르한테도 졌다. 그 대신 나는 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였고, 그런 내 귀는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 나는 힘이 없기 때문에 평생 친구와 동지들을 많이 사귀었다. 그들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나를 위해 비가 오는 들판에서 밤새도록 비를 막아주고, 나를 위해 끼니를 굶었다. 나도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누볐고, 그들을 위해 의리를 지켰다.
나는 내 동지와 처자식들이 부드러운 비단옷을 입고, 빛나는 보석으로 치장하고, 진귀한 음식을 실컷 먹는 것을 꿈꾸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린 끝에 그 꿈을 이루었다. 아니, 그 꿈을 향해 달렸을 뿐이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땡볕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 양털 속에 하루 종일 숨어 땀을 비 오듯이 흘렸다.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고, 가슴에 화살을 맞고 꼬리가 빠져라 도망친 적도 있었다. 적에게 포위되어 빗발치는 화살을 칼로 쳐내며, 어떤 것은 미처 막지 못해 내 부하들이 대신 몸으로 맞으면서 탈출한 적도 있었다. 나는 전쟁을 할 때면 언제나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고, 그래서 마지막에는 반드시 이겼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극도의 절망감과 죽음의 공포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아는가? 나는 사랑하는 아내가 납치됐을 때도, 아내가 남의 자식을 낳았을 때도 눈을 감지 않았다. 숨죽이는 분노가 더 무섭다는 것을 적들은 알지 못했다.
나는 전쟁에 져서 내 자식과 부하들이 뿔뿔이 흩어져 돌아오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더 큰 복수를 결심했다. 군사 1백 명으로 적군 1만 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바위처럼 꿈쩍하지 않았다. 숨이 끊어지기 전에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죽기도 전에 먼저 죽는 사람을 경멸했다. 숨을 쉴 수 있는 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나는 흘러가 버린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나갔다.
알고 보니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칭기스칸이 되었다.   


위 글은 흔히 칭기스칸의 편지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확인해 보니 김종래라는 작가가 '밀레니엄맨 칭기스칸'이란 책에 정리한 글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이 책을 읽어볼까 합니다.

밀레니엄맨 칭기스칸 - 10점
김종래 지음/꿈엔들(꿈&들)

위에 언급한 글의 느낌이 유사한데, 김덕수 선생의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가 2004년작이고, 밀레니엄맨 칭기스칸이 1998년 작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