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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그가 정말 불쌍하다. 본문

사는이야기

이문열. 그가 정말 불쌍하다.

DinoKim 2008. 6. 18. 01:08
대학시절..
난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을 읽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레테의 연가
필론의 돼지
사람의 아들
황제를 위하여
금시조
젊은날의 초상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변경
삼국지

그는 정말 대단한 작가였다.
난 정말 그를 좋아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고뇌, 특히 지식인다운 문체와 철학으로 나를 번민하게 해 주었다.

그러던 그가 언젠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의 아버지가 월북하여 그가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충격적이었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아니 보통 사람도 아니고, 그처럼 훌륭한 작품을 써내던 지식인의 사회적 의식이 그토록 저열할 수 있다니..

이번의 망언도 그래서 별로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그는 내 젊은날의 초상과 함께 사라져버린 존재다.

그렇게 좋아했던 그의 작품들이 어느덧 나도 모르게 내 서재에서 사라지고 한권도 남아 있지 않다.
아마도 몇 해전 언젠가의 그의 망언에 너무 화가나서 모두 재활용으로 버렸던 모양이다.

그가 그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와 유사한 아픔을 가졌던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아픔을 나누려고 했었다면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시대가 낳은 비극적인 천재 문인의 사회적 부고를 받은지 몇 년이 지나고 이젠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망령되이 다시 살아나 내 젊은날의 고뇌를 모두 구역질 나는 잡스런 것으로 만들어버리다니..

더 이상 존재를 부정하지 말고, 다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가감없이 관조하시길 빈다.
대지주였던 아버지가 남겨 놓았던 그 재산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그가 애초에 존재할 수 있는지..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사법고시에서 좌절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훌륭한 역작을 써 낼 수 있었겠는가..

더 이상 오늘의 작가상을 모욕하지 말고..
더 이상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눈물 흘리던 내 젊은 날을 모욕하지 말고..
그저 당신이 세운 문원에서 후학들이나 조용히 지도하면서 남은 여생은 본인의 한 평생에 대해서 깊이 반추해 보시길 권한다.

위대한 작가 이문열로 남아 있기를...
다시는 '이문열 망언'을 검색하도록 만들지 않기를...

그가 끔찍해 하는 디지털 포퓰리즘이 얼마나 무서운지 잊지 않기를...

위키백과 이문열 http://ko.wikipedia.org/wiki/%EC%9D%B4%EB%AC%B8%EC%97%B4

이젠 그가 죽어도..
몇 백년이 지나도..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그의 망언은 고스란히 웹에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그의 발언으로 그를 아버지로 둔 그의 자식들이 겪어야 할 아픔을 왜 모르는가?

자기자신만을 위해서 월북해 버렸다고 원망했을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남겨준 슬픔을
왜 또다시 그의 자식에게 대물림을 하려고 하는가.

도대체..
왜..
그처럼 훌륭한 작가가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는가
왜 보통사람도 아니고
그처럼 뛰어난 사람이
그깟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그 나이가 되어서까지 여전히 그는 그래야만 하는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