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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상업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가

DinoKim 2012. 2. 3. 23:44

먼저 최근 화제가 된 이 이미지를 볼 필요가 있다.

EBS 지식채널을 캡쳐한 이미지로, 프로퍼블리카라는 신문에 대한 이야기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머독에게 월스트리트 저널이 팔리면서, 편집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언론을 만든 폴 스타이거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광고 대신 기부금만으로 운영하는 신문을 창간했다.



신문이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구독자가 많아지고 구독료가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정론직필이 가능하리라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신문시장을 보면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독자는 저렴한 가격에 유용한 정보를 얻는 대신에 광고를 봐야 한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의 포털 사이트에서도 동일하다.
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TV, 신문, 라디오 등 거의 모든 매체에 변함없이 통용되는 법칙이다.

광고에서 자유로운 매체가 되려면 독자가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 미디어의 홍수인 요즘에 독자들이 굳이 비용을 내면서까지 정보나 콘텐츠를 이용하게 만들기 위해선 기존의 매체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극장을 예로 들자면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는 와중에도 극장의 시스템(대형 화면과 입체적인 사운드를 통한 현장감)에 적합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흥행에 성공한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이 나오면서 와이어드는 고가의 유료 앱을 서비스하고 있고, 루퍼트머독과 스티브잡스는 더데일리라는 아이패드용 매거진 앱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가장 훌륭한 미디어 앱으로 이야기되는 씨네21 앱을 살펴보면 살아움직이는 표지부터 멀티미디어 기능을 극대화하여 앱 매거진이 가야할 길을 훌륭히 제시하고 있다.

지면으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던 멀티미디어 기능이 살아 움직이면서 씨네21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어떨지는 아직 확인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소위 원 소스 멀티유즈 시대에 콘텐츠는 다양한 플랫폼에 이식되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가공/전달되는 시대가 됐다.

내용 못지 않게 형식이 중요한 시대에서는 TEXT 기반의 의미 전달보다 오히려 외관으로 보여지는 Look & Feel이 더 중요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형식보다 어떻게 내용에서 질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속도전이 중요시된 인터넷미디어 시대에선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작금의 추세다.

깊이 있는 미디어, 전문적인 미디어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내공이 필요하다. 더욱 큰 문제는 정보가 넘쳐나고 다뤄야 할 아젠다도 넘쳐나는 미디어 홍수의 시대에선 특정 분야로 파고들수록 전체를 다루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Insight과 Speed, 그리고 다양성과 깊이 등 미디어가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는 많다.

그러나,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를 살펴보면 TV는 드라마와 예능이 뉴스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모아내고, 인터넷뉴스는 가십과 자극적인 소재로 채워져 가고 있다.

최근의 미디어의 변화는 모두 시청자 혹은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 시청률이나 열독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야만 광고 비즈니스가 작동할 수 있기에 시청률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것이 현실이다.

미디어가 상업적으로 자유롭기 위해선 열혈 독자를 확보해야만 한다.
해당 미디어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 줄 로열티를 가진 수용자가 있어야만 상업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

그런데 수용자가 요구하는 것을 모두 해결해내는 것은 가능할까?
종합방송, 종합지 등은 수용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 
전문적인 분야를 가진 Vertical한 영역을 선점하고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미디어는 좀 더 높은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상업적으로 자유로워지려면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다른 모델을 확보해야만 한다.

빅이슈와 같이 기존의 유통질서에서 벗어난 유통망을 갖추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미디어가 상업적으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는가라는 반문도 가능한데, 정치/사회적인 아젠다를 다루는 미디어가 아니라면 굳이 독립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미디어 기업도 기업인 이상 이익을 추구해야만 하는데, 이윤 추구의 방법이 커머셜 광고가 가장 잘 맞는다는 점에서 굳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신뢰받는 미디어가 된다고해서 생존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한 미디어들에게 상업적인 독립이라는 숙제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그렇기에 프로퍼블리카가 잘 살아 남는다면 대단한 사건으로 기억할만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