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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의 위기, 인터넷의 위기, 언론의 위기, 소통의 위기 본문

사는이야기

아고라의 위기, 인터넷의 위기, 언론의 위기, 소통의 위기

DinoKim 2008. 6. 27. 13:12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나우콤의 문용식 사장의 구속은 좀 말이 많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웹하드의 불법성 때문에 수사를 받아왔지만, 사실 나우콤의 사업모델은 다른 웹하드와 달리, 사용자에게 수익을 배분하지도 않고 있는 만큼, 공동정범이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며, 다른 웹하드에 비해선 오히려 불법성이 적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여하간 구속의 시점이 하필 촛불시위와 관련되다보니, 문용식 사장은 갑자기 본의 아니게 민주화 투사처럼 되는 면도 있습니다. 물론 문용식 사장이 서울대 79학번으로 엄혹한 80년대의 학생운동의 한가운데에서 투쟁하고, 5년 정도 옥살이를 한 적도 있을 만큼 대단한 민주투사였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미묘하게 꼬여버렸군요.
여하간 다수가 느끼는 점은 결국 촛불시위 때문에 중징계로 밀고 가는거다라는 의혹입니다.

다음에는 특별 세무조사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정기 세무조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특별 세무조사가 들어가다니..
결국 언론 길들이기라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다음 입장에선 아고리언들 눈치도 봐야하고, 정부 눈치도 봐야하니, 그 책임을 방통위에 전가해버렸습니다.
아고리언들의 왕성한 활동이 결국 플랫폼 사업자에게 독이 되어 버린 형국인데, 정말 새옹지마라는 말이 실감나는 상황입니다.
트래픽이 올라가고 네이버를 꺾어가는 시점에서 정부의 압력이 들어올 경우, 이를 무시할 수도 없고, 아고리언들은 더더욱 무시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KBS 정연주 사장 건은 더욱 복잡합니다.
KBS 노조는 오래전부터 정연주 사장의 퇴임을 촉구해 왔습니다.
그의 연임 자체를 반대해왔다고 합니다.
경영상의 무능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현재도 거의 대외적인 활동을 못하고 칩거하는 사실상의 식물인간이라는 표현이 들립니다.
그런데, 촛불시위로 인해서 퇴임 압력이 들어오자, 촛불시위에 대한 KBS 공정보도에 대한 정부의 압력으로 비추어지면서, KBS 내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참 많이 꼬였습니다.

(추가) 정연주 사장의 퇴임 논란과는 별개로 KBS와 MBC의 적극적인 보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과거의 KBS와 MBC는 이러지 못했습니다.



MBC PD 수첩은 더더욱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시사고발 프로그램이다 보니,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 마련이며, 되도록 사회적 파장이 큰 것을 다루고 싶은 것은 어느 PD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방향은 좋았는데, 프로그램 내용에서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FACT에 대한 정확한 변별력을 갖추지 못하고, 내용과 관련 없는 장면이 나가거나 오해하도록 편집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PD수첩이 국민 전체에 광우병의 문제에 대해서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사실들을 알려준 점은 시사프로그램 다운 결정일 것입니다.



YTN 사장의 낙하산 인사도 복잡합니다.
노조에서 들고 일어나서 반대까지 했습니다만, 쉽게 해결될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YTN 내부에선 제2의 시사저널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조중동 입장에선 MBC PD 수첩이 이 모든 상황의 발단인 것처럼 맹공을 퍼부으면서, 광우병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종결짓고 싶어하는군요.
시사IN 기사를 보니, 조중동 광고가 무려 40~50%까지 떨어지면서, 절체절명의 위기감까지 감도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사력을 다해서 이 상황을 역전시킬 계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배후론, 폭력시위론, 불법시위론,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주장 등등 여러가지 방안을 동원해도 국민 여론이 적대적이고, 매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으니, 정말 심각한 위기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특정한 시민단체 등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집합에서 결정되는 집단지성에 의한 상황인 만큼 더더욱 타격이 큰 상황입니다.

전체적으론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언론 길들이기가 아주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멘토, 킹 메이커 답게 거침없이 몰아부치고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공중파, 케이블, 인터넷까지 일파만파 부서지고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남은 것은 아고리언 뿐인 것 같습니다.
아고리언이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풀어헤쳐나갈지...
집단지성이 이번에는 어떤 물꼬를 틀어갈지 기대됩니다.
굳이 촛불시위의 배후를 찾자면, 아고리언이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이 모든 사태를 촉발시킨 이명박 대통령을 들어야 할텐데요.

해법은 아고리언과 이명박 대통령의 사회적 합의가 아닐까요?
정부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협의를 하는 것이 모양새가 이상하긴 합니다만, 이 사태를 종결짓고 합의를 도출할 가장 좋은 방안은 아고리언과 직접 정부가 토론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 정부의 행정과 통치도 변해야 합니다.
법이라는 잣대로만 파악하려 하면, 최선의 방법이 있음에도 최악의 방법을 택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미 촛불시위 현장에선 대통령의 퇴임에 대한 요구가 나온지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취임 100일 밖에 안 된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소환하겠다는 요구가 나오는 상황은 이래저래 모양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국가 전체가 소통의 문제에 휩싸여 있습니다.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정부가 어떻게 정치를 할 수 있습니까?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리력으로 압박하는 것이 지속된다면 더욱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게 됩니다.
자꾸 시민을 자극해서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가서, 물리력으로 해결하게 될 경우엔, 이번 사태를 물리력으로 종결지을 순 있어도, 집권 5년 내내 이러한 대치와 파국이 지속될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해법이 있을 것입니다.
대결하려고 하지 말고, 토론을 하는 문화로 바뀌었으면 합니다.
정부가 온라인 토론장이라는 훌륭한 정치 활동의 장을 적극적으로 잘 이용했으면 합니다.
불순한 네티즌이라는 편협한 시각을 버리고, 아고리언들에게 대표 토론자를 지정하라고 하여, 대표 토론자와 협의를 해 보았으면 합니다.

아고리언들도 성질을 조금 죽일 필요가 있습니다.
명색이 대통령인데, 입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의 원색적인 욕설이나 별칭은 자제했으면 합니다.
대화나 토론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밀어내겠다는 식의 자세로는 이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정부나 아고리언 모두 조금씩 감정을 삭이고 차분하게 해법을 모색하는 시기가 필요합니다.

물론, 힘을 가진 정부가 먼저 열린 자세와 마음으로 토론의 장을 제시하는 것이 맞습니다.
정부의 능력에 대한 첫 시험관문에서 민주적인 토론으로 해결하지 않고, 물리력으로 해결하였다간, 집권 기간 내내 물리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며, 결국 독재 정부로 낙인찍히게 될 것입니다.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 구성된 청와대 수석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아고리언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먼저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면 될 것입니다.
직접 아고리언들과 마음을 열고 토론을 하시기 바랍니다.
왜 청와대에서는 그런 토론이 안될까요?
청와대에 열린 게시판 광장을 만들고, 국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시기 바랍니다.
그 많은 게시물 모두에 답변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아고리언들 아니 국민들이 직접 대표 토론자를 지정하도록 하시고, 그들과 이야기를 풀어보시길 바랍니다.

경제는 어렵고, 국제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원자재가격은 오르는데, 우리 모두 너무 많은 심력과 에너지를 이번 일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신속하게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우선 대화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먼저 자세를 바꾸길 충심으로 권고합니다.